의료정책연구소, 국민건강 내팽개친 산업계의 비대면 초진 주장 우려

이재성 기자
| 입력: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지난 3월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진 환자 중심 비대면 진료 제도는 시대를 역행하는 新규제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비대면 초진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이에 더하여 원산협이 속해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비대면 진료 산업계는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법안을 ‘비대면진료금지법’으로 규정하고, 4월 14일부터 ‘비대면 진료 지키기 서명 운동’을 시작하였다. 

 

산업계가 비대면 초진을 주장하는 근거*로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7개국(G7) 중 비대면 진료에 재진 환자만 가능하도록 한 곳은 없고, 초진 환자에게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시사저널, 2022.4.26. 장지호 원산협 회장 인터뷰, 머니투데이, 2023.03.05. 한국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 G7 국가 기준 20년전 수준 등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는 G7 국가들의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상황을 코로나19 이전/기간/현재로 나누어 기간별로 재검토하였고, 원산협에서 주장한 내용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 메디케이드(Medicaid)에서 초진을 허용하였다. 그런데 메디케이드는 메디케어(Medicare)와 달리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 보험제도이고, 주별로 메디케이드 정책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보편화된 전반적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 미국은 2024년 12월 31일 자로 비대면 진료 초진을 더불어 그동안 완화했던 다양한 비대면 진료 규제들에 대한 완화 조치를 종료하기로 결정하였다. 비대면 초진에 대해 추후 기간을 더 연장하려는 의도로 2024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하여 공표한 것이다. 이를 두고 비대면 초진을 더 연장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에 대한 왜곡이다. 

 

프랑스에서 초진의 개념은 ‘처음 만나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는 코로나19 이전에 ‘지난 12개월 동안 최소 한 번의 대면 진료’를 받은 담당의사(사실상 ‘주치의’)에게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였다. 단, 응급상황이나 담당 주치의가 없는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비대면 진료 초진이 가능하였다. 코로나19 기간 중에는 주치의 결정 없이도 비대면 초진(담당 의료인이 아닌 처음 만나는 의료인에게 비대면 진료 가능)이 가능해졌으나 2023년 4월 현재 재진 원칙, 예외적 상황(긴급 상황, 주치의가 없거나 건강 상태에 맞는 기간 내 주치의를 이용할 수 없는 환자 경우, 죄수 등)에서만 초진 허용 원칙이 다시 적용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비대면 진료는 독일연방의사협회의 표준의사직업규정(이하 의사규칙) 제7조 제4항 제3문을 근거로 하는데,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독일의 의사규칙을 시기별로 검토한 결과, 독일에서는 코로나19 이전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되도록 허용되었으나 대면진료 없이 비대면 진료만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고, 2018년부터 기존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의료서비스의 주(main)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었다. 2018년 의사규칙 제7조 제4항 제3품을 보면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Fernbahandlung)만 전적으로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때 ‘전적으로’라는 말은 진단이나 진료의 전적(main)인 방식으로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것은 의사규칙 위반이고, 다만, 대면 진료가 필요한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면 진단이나 진료의 일부가 인쇄 또는 통신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허용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의사의 조언과 진료는 의사와 환자가 직접 진료를 하여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대면진료를 하면서 필요한 범위내에서 원격의료를 보조수단으로서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코로나19 이전에도 원격의료를 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초진은 허용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2018년 의사규칙 제7조 제4항(§ 7 Abs. 4 MBO-Ä) 

원문 : Bislang war eine ausschließliche Fernbehandlung gemäß der MBO-Ä grundsätzlich untersagt. Die Regelung stellt klar, dass der Grundsatz der ärztlichen Beratung und Behandlung im persönlichen Kontakt zwischen Arzt und Patient, das heißt unter physischer Präsenz der Ärztin oder des Arztes, zu erfolgen hat und weiterhin den „Goldstandard“ ärztlichen Handelns in Beziehung zu den Patientinnen und Patienten darstellt.지금까지 MBO-A에 따라 전적인 원격 진료는 금지되었다. 이 규정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개인적인 접촉에서 의료 상담과 치료의 원칙은 의사나 의사가 신체적으로 존재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환자와 관련된 의료 활동의 “골드 표준”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출처: Bundesärztekammer, Synopse_MBO-AE_zu_AEnderungen____7_Abs._4.pdf ;  https://www.bundesaerztekammer.de/fileadmin/user_upload/_old-files/downloads/pdf-Ordner/MBO/Synopse_MBO-AE_zu_AEnderungen____7_Abs._4.pdf 

 

2021년 의사규칙 제7조 제4항이 개정되었고, 현재(2023년 4월)까지 개정된 바 없다. 2021년 의사규칙 개정의 주요 내용은 비대면 진료에 대한 엄격한 요건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동 규칙에 의하면 디지털 기술은 의사의 업무를 지원할 수 있고 지원해야 하나, 디지털 기술은 필수적인 개인적 돌봄을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기존 입장(지금까지 시행되어 온 원칙)인 최소한 한번 또는 진료에 참여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였거나 환자가 의사의 진찰을 통하여 병적 상태를 안 경우 의사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보조적으로 사용하여 의료적 조언과 진료를 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기존 입장(지금까지 시행되어온 원칙)이라는 규정은 독일 내에서는 비대면 진료 초진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허용되지 않았고, 현재(2023.4)까지도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규정이다. 따라서 코로나19이전/기간/이후 기간과 상관없이 독일에서 비대면 초진은 불가이다. 

 

* 2021년 의사규칙 제7조 제4항(§ 7 Abs. 4 MBO-Ä) 

원문 : Digitale Techniken können und sollen die ärztliche Tätigkeit unterstützen, sie dürfen aber die notwendige persönliche Zuwendung von Ärztinnen und Ärzten nicht 

ersetzen. Damit werden die bisher geltenden Grundsätze fortgeführt. Danach dürfen Ärztinnen und Ärzte unterstützend über KommunikationsmedienBundesärztekammer ärztlich beraten und behandeln, soweit mindestens einer oder einem an der Behandlung beteiligten Ärztin oder Arzt die Patientin oder der Patient sowie der krankhafte Zustand bzw. die Beschwerden aufgrund einer persönlichen Untersuchung bekannt sind.

디지털 기술은 의사의 의료 활동을 지원할 수 있고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디지털 기술은 필수적인 개인적 돌봄을 대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시행되어 온 원칙을 계속한다. 이에 따라, 의사들은 적어도 한 번 또는 진료에 참여한 의사가 환자를 진료 하였거나 환자가 의사의 진찰을 통하여 병적상태를 안 경우 의사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보조적으로 사용하여 의료적 조언과 진료를 하여야 한다.  

출처: Bundesärztekammer, Synopse_MBO-AE_zu_AEnderungen____7_Abs._4.pdf ;  https://www.bundesaerztekammer.de/fileadmin/user_upload/_old-files/downloads/pdf-Ordner/MBO/Synopse_MBO-AE_zu_AEnderungen____7_Abs._4.pdf 

 

캐나다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 발표된 OECD 보고서(OECD, Bringing health care to the patient An overview of the use of telemedicine in OECD countries. 2020.1.21.)에 의하면 캐나다에서는 ‘사전에 대면의료를 이용한 자만이 비대면 진료 대상’이라고 보고되어 있다.

 

의료정책연구소에서는 G7 국가들의 비대면 진료 초진 현황에 대한 재검토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제시하였다(표 1 참조).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는 영국과 미국(메디케이드만, 메디케어 불가) 단 2개 국가에서만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였고, 현재에도 초진을 허용하는 국가는 대부분 주치의나 단골의사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7 국가 비대면 진료 초진 현황(의료정책연구소, 2023.4 기준) 

 

 

구분

국가명

코로나19

펜데믹 이전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현재

비고

1

미국

메디

케어

재진만 허용

초진 허용

초진 허용

24.12.31. 초진 종료

메디

케이드

초진 허용

초진 허용

초진 허용

장애인 진료

저소득층

2

일본

재진만 허용

(초진 시범사업 진행)

초진 허용

초진 허용

단골의사(가카리츠케) 또는 단골의사의 의뢰서로 초진 가능

3

영국

초진 허용

초진 허용

초진 허용

주치의제도 시행 중으로 주치의에 의해 초진 진료 받는 것임

4

프랑스

재진에 한함

초진 허용

재진 원칙

주치의 의뢰서 있을 경우만 초진 가능

주치의제도 시행 중

5

독일

재진에 한함

재진에 한함

재진에 한함

 

6

이탈리아

재진에 한함

재진에 한함

재진에 한함

 

7

캐나다

재진에 한함

초진 허용

초진 허용

주치의제도 시행 중

8

대한민국

불허

초진 허용

초진 허용

의료법개정 논의 중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보건의료정책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되어야만 한다. 특히 그 정책이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정책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월 9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 대면진료 원칙 △ 비대면 진료를 보조수단으로 활용 △ 재진환자 중심으로 운영 △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로 실시 △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라는 대원칙에 대해 합의한 바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구체적 제도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국회의 논의를 앞두고 일부 산업계와 업체들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비대면 진료 초진을 요구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큰 유감과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