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파스퇴르 출발 텔라세벡, TB 얼라이언스·TEBULA서 개발 무대 확대

김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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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라세벡, 결핵 넘어 글로벌 항감염제로 완성할 것” 남기연 대표 “20년 가까운 국제 협력-환자에 사용 단계로 진입” EBA서 용량 의존 초기 살균 활성…부룰리궤양·나병서 치료 기대

큐리언트 남기연 대표가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5일) ‘Korea-France Joint Scientific Symposium’서 발표하고 있다.
큐리언트 남기연 대표가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기념(5일) ‘Korea-France Joint Scientific Symposium’서 발표하고 있다.

큐리언트의 ‘텔라세벡’이 결핵을 넘어 항(抗)감염제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의 기초연구가 임상 개념입증(Proof of Concept, PoC), 글로벌 라이선스, 소외 감염질환 국제 개발에서 주목받고 있다.

10일 큐리언트에 따르면 남기연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 ‘Korea-France Joint Scientific Symposium’에서 ‘마이코박테리아 생체에너지 핵심을 겨냥하다: 텔라세벡(Q203)의 여정과 확장성(Targeting the Bioenergetic Heart of Mycobacteria: The Journey and Reach of Telacebec)’을 주제로 발표했다.

텔라세벡은 마이코박테리아의 cytochrome bc1 complex 억제, 먹는 소분자 항감염제 신약 후보물질이다.

Cytochrome bc1 complex는 결핵균 등 마이코박테리아가 ATP를 만들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전자전달계 핵심 단백질 복합체. 텔라세벡은 균의 세포벽이 아니라 생존 에너지 생산 자체를 차단한다.

남기연 대표는 발표에서 “텔라세벡은 마이코박테리아의 에너지 대사를 차단하는 새로운 작용기전의 항감염제 후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8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서 시작된 연구가 큐리언트의 후보물질 최적화, 노바티스와의 작용기전 규명, TB 얼라이언스(TB Alliance)의 후기 개발, 호주·남아공 임상 네트워크로 이어졌다”며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지원까지 더해져 20년 가까운 개발 여정이 환자에게 닿는 단계로 가고 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텔라세벡을 환자에게 사용하는 항감염제로의 완성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14일 만 초기 살균 활성 확인…후기 개발 전환점

텔라세벡의 기대감은 결핵 임상에서 초기 살균 활성(Early Bactericidal Activity, EBA)을 확인, EBA는 결핵 치료 초기 객담 내 결핵균 감소 정도를 보는 지표로, 새로운 항결핵제 후보의 임상 개발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남 대표는 "텔라세벡 1상에서는 약동학(PK)상 용량 반응이 관찰됐고, 이상반응(TEAE)에서는 용량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실험실 검사, 활력징후, 심전도(ECG) 관련 이상반응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 했다.

임상 2상 EBA 연구(NCT03563599)는 치료 경험이 없는 신규 진단 객담 도말 양성 폐결핵 환자를 대상으로 한 공개·무작위 연구로 진행됐다.

환자는 텔라세벡 100mg, 200mg, 300mg을 1일 1회 14일간 투여받는 군과 기존 4제 복합요법 대조군으로 배정됐다.

남 대표는 “14일이라는 짧은 평가 기간에서도 텔라세벡은 용량 의존적 초기 살균 활성을 보였다”면서 “단독요법에서 확인된 결과가 후속 병용요법 개발의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텔라세벡은 모든 용량군에서 객담 배양 양성까지 걸리는 시간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늘렸다. 특히 용량이 높아질수록 개선 폭이 커져, 14일 평가에서 용량 의존적 초기 살균 활성을 보였다.

임상 PoC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이어졌다. 큐리언트는 2023년 TB 얼라이언스와 텔라세벡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TB 얼라이언스는 한국,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을 제외한 지역에서 결핵과 일부 비결핵항산균(NTM) 감염증 치료를 위한 텔라세벡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TB 얼라이언스는 결핵 치료제 개발과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 신약개발기관이다.

현재 텔라세벡은 결핵 적응증 임상 2a상 EBA 연구 완료-후속 병용요법 개발 단계에 있다.

TB 얼라이언스는 텔라세벡을 모든 형태의 결핵 치료를 위한 병용요법 구성 성분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올 1월엔 루핀과 협력, 제조·규제·공급 역량을 더한 임상 개발과 잠재적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남기연 대표는 “큐리언트는 임상 PoC 확보, TB 얼라이언스는 후기 개발과 환자 접근성 확대를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서 “이 조합이 텔라세벡을 실제 환자에게 전달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결핵 넘어 부룰리궤양·나병까지 효과 확장

텔라세벡 가치는 결핵을 넘어 부룰리궤양과 나병으로 확장되고 있다. 부룰리궤양은 Mycobacterium ulcerans 감염으로 발생하는 괴사성 피부·연조직 감염질환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조직 손상이 커지고,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장기간 복약 지속도 부담이 된다. 나병은 Mycobacterium leprae 감염으로 발생하는 만성 감염질환으로, 피부 병변과 말초신경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결핵균은 cytochrome bc1 경로 외에 대체 전자전달 경로를 일부 활용할 수 있지만, M. ulcerans와 M. leprae는 이 대체 경로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cytochrome bc1을 차단하는 텔라세벡이 이들 균에서는 에너지 대사를 더 직접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개발 논리가 성립한다.

남 대표는 “부룰리궤양과 나병은 기존 치료 기간과 접근성의 문제가 크다"며 “텔라세벡은 더 짧고 안전한 치료요법을 만들 수 있는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룰리궤양 호주 파일럿 임상에서는 40명 환자를 대상으로 1개월 치료 후 높은 상처 치유율을 관찰했다. 후속 추적에서 전체 환자의 치유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텔라세벡은 현재 ‘TEBULA(Telacebec to control Buruli Ulcer and Leprosy)’ 프로젝트를 통해 부룰리궤양과 나병 치료 개발로 확장되고 있다. 나병에서는 2상 이후 후속 연구가 추진되고 있고, 부룰리궤양에서는 3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의 기초연구 글로벌 항감염제 자산" 가능성 커

텔라세벡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결핵균 감염세포 기반 표현형 스크리닝에서 출발했다.

초기 연구에서는 감염 대식세포 안에서 결핵균이 줄어드는지와 시험관 내 세균 증식이 억제되는지를 함께 확인했다.

2008~2009년 스크리닝에서는 1차 6만개, 2차 14만개 화합물을 평가했고, imidazo-pyridine(IPA) 계열 화합물군을 확인했다.

초기 히트(hit)인 IPA01은 대식세포 분석에서 MIC50 1,040nM, 시험관 내 분석에서 MIC50 2,030nM을 보였다. MIC50은 균 성장을 50% 억제하는 데 필요한 최소 억제 농도다.

큐리언트는 이후 6개월 동안 50개 안팎의 유도체를 합성해 활성을 10nM 수준까지 높였고, 추가로 18개월 동안 400~500개 분자를 최적화, 최종 임상 후보 Q203을 도출했다. 큐리언트는 2010년 2월 한국파스퇴르연구소로 부터 해당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작용기전은 노바티스와의 연구로 규명됐다. 연구진은 자발 내성 돌연변이를 선별한 뒤 전장유전체분석(whole-genome sequencing)을 수행했고, qcrB 유전자 변이가 Q203 고도 내성과 연결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qcrB(Rv2196)는 cytochrome bc1 complex의 핵심 하위 단위로, 전자전달계와 ATP 합성에 관여한다.

남 대표는 “신약 발굴은 실패를 거듭, 후보를 좁혀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여러 후보물질 중 끝까지 살아남은 텔라세벡이 글로벌 협력을 통해 실제 환자에게 쓰이는 항감염제로 완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큐리언트는 텔라세벡이 부룰리궤양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을 경우, 우선심사권(Priority Review Voucher, PRV) 확보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부룰리궤양은 FDA 열대질환 PRV 대상 질환에 포함돼 있어, 허가와 법정 요건 충족 시 PRV 수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최근 PRV 거래 가격은 2025년 1억6000만 달러, 2026년 1억8000만~2억 달러 수준까지 형성된 예가 있다. 큐리언트는 허가 시점의 PRV 가치가 3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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