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난치성 간암의 새 바이오마커 규명… AI 진단 및 치료법 첫 제시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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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억제 유전자인 RB1의 완전 결손이 간암 불량 예후 인자임을 확인 우수한 정확도의 AI 진단 모델 개발… 세포분열 및 PARP 억제제 병용 치료법 제시

치료가 어렵고 생존율이 낮은 난치성 간암 환자들을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속한 병리 진단과 맞춤형 표적 치료 전략이 최근 새롭게 제시됐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심주현·병리과 성창옥 교수, 마카오대학교 심중섭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박상현 교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안지현 교수 공동 연구팀은 종양억제 유전자인 RB1의 완전 결손이 간암의 새로운 바이오마커임을 규명했다. 추가로 이를 겨냥한 AI 기반의 진단 모델을 개발했으며 세포분열 억제제와 PARP 억제제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이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피인용지수 81.2, 저널인용보고서(JCR) 상위 0.2%의 중개의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시그널 트랜스덕션 앤 타겟티드 테라피(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최신호에 게재됐다.

현재 진행성 간암 치료에는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 병용요법 등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만 반응하고 결국 내성이 생기는 한계가 있었다. 승인된 표적 치료제에 반응하는 유전적 변이 환자도 소수에 불과해 개인 맞춤 치료가 가능한 바이오마커 발굴이 시급한 실정이다.

기존 연구에서 간암 환자들을 조사해 보니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해 암이 되지 않도록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는 RB1 유전자에 변이가 생겼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 RB1 유전자가 반쪽만 망가진 단일 결손인지 모두 망가진 양측 결손인지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다. 단일 결손과 양측 결손은 암의 악화 정도나 치료 반응에 큰 차이를 만든다. 따라서 단순히 RB1 유전자의 고장이 갖는 생물학적 및 임상적 의미가 불분명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 환자 206명과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대규모 암 연구 공개 데이터베이스(TCGA) 환자 355명을 합친 총 561명의 간암 환자 연구그룹을 구성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전장 엑솜 염기서열 분석과 RNA 염기서열 분석 등 다중오믹스 프로파일링(유전체, 전사체 등 데이터 통합분석)을 실시했다.

이후 연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병기와 치료 배경을 가진 총 450명의 새로운 환자 그룹을 대상으로 유전체와 단일세포 및 공간 전사체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 결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RB1 유전자 쌍이 모두 결손되거나 비활성화된 ‘RB1 완전 결손(RB1-Bi)’ 환자가 전체 간암의 약 14.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군은 암세포의 분화도가 낮고 종양 진행이 빨랐다. 일반 환자보다 사망 위험은 3.32배, 재발 위험은 3.15배 높았다. 이로써 RB1 완전 결손이 간암의 독립적인 불량 예후 인자임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고비용의 복잡한 유전체 분석 없이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이 고위험군을 신속하게 선별할 수 있도록 딥러닝 기반의 병리 AI 모델(FR-MIL)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통상적인 염색 병리 조직 슬라이드 이미지만으로 RB1 완전 결손 여부를 예측해 내며, 외부 검증 코호트에서도 84.39~91.58%의 높은 F1 점수를 기록하며 우수한 정확도를 입증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RB1 유전자가 망가진 간암 세포들(Huh7, PLC/PRF/5, HepG2)을 배양한 뒤 876개의 다양한 약물(후성유전학, 인산화효소 억제제, 고선택적 억제제)을 투여했다. 그 결과 RB1 결손 간암 세포들은 세포가 분열하거나 손상된 DNA를 고치는 기능을 막는 특정 약물들(PARP 저해제 등)에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점을 관찰했다. 정상 세포는 이 약을 받아도 버티지만, 이미 RB1 유전자가 고장난 암세포는 이 약까지 투여될 때 두 가지 결함이 겹치면서 스스로 죽게 되는 합성치사를 보였다.

실제 세포 및 생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을 통해 세포분열 억제제와 PARP 억제제를 함께 투여하는 교차 병용요법을 적용하자, 간 독성 등 뚜렷한 전신 부작용 없이 종양 억제 효과가 극대화되는 강력한 항암 시너지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다학제 융합 연구를 통해 예후가 극히 불량했던 간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오믹스 분석을 통한 신규 표적 발굴부터 AI 병리 진단, 그리고 기존 표준 항암제에 반응이 적던 환자들을 위한 강력한 맞춤형 병용 표적 치료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심주현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현재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내성이 발생하기 쉬운 난치성 간암 환자들에게 유전자 특성에 맞춘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번에 개발된 AI 진단 모델과 병용 치료 전략이 실제 임상 현장에 도입된다면, 환자들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정밀 맞춤 의료를 앞당기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심주현 · 병리과 성창옥 교수, 마카오대학교 심중섭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박상현 교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안지현 교수
[사진]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심주현 · 병리과 성창옥 교수, 마카오대학교 심중섭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박상현 교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안지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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