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 수술전 면역항암제·항체약물접합체 병용,재발 위험낮추고 생존율높여

장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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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안암병원 참여 국제 3상 임상연구, 세계적 의학학술지 NEJM 게재 수술 전후 새로운 항암치료로 2년 무사건 생존율 63.5% 달성

근육침윤성 방광암은 암세포가 방광의 근육층까지 침범한 상태로, 수술 후에도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이 높은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방광을 제거하는 수술과 함께 항암치료를 시행하지만, 고령이거나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는 대표적인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을 사용하기 어려워 치료 선택에 제약이 있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항암치료 전략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진 : 최윤지 교수
사진 : 최윤지 교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종양내과 최윤지 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국제 3상 임상시험에서, 근육침윤성 방광암 환자에게 수술 전 면역항암제와 항체약물접합체를 병용하고 수술 후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는 치료 전략이 기존 수술 중심 치료보다 암의 재발과 진행을 억제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25개국 182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다국가 3상 임상시험인 ‘VOLGA 연구’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2022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치료를 받을 수 없거나 이를 거부한 근육침윤성 방광암 환자 695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약물 병용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환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치료 결과를 비교했다. 첫 번째 그룹 233명에게는 수술 전 면역항암제 더발루맙(durvalumab)과 항체약물접합체 엔포투맙 베도틴(enfortumab vedotin)을 3주 간격으로 3주기 투여하고, 방광을 제거하는 근치적 방광절제술 이후 더발루맙을 추가 투여했다. 두 번째 그룹 233명에게는 수술 전후 또 다른 면역항암제인 트레멜리무맙(tremelimumab)을 추가했으며, 나머지 229명은 근치적 방광절제술을 받고 필요에 따라 수술 후 보조치료를 시행하는 대조군으로 설정했다. 

더발루맙과 트레멜리무맙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면역항암제다. 엔포투맙 베도틴은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찾아 항암 성분을 전달하는 항체약물접합체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설계된 치료제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항암제를 함께 사용해 수술 전 암을 최대한 줄이고, 수술 후 남아 있을 수 있는 암세포까지 억제하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자 했다. 

연구 결과, 더발루맙과 엔포투맙 베도틴을 병용한 그룹의 24개월 무사건 생존율은 63.5%로, 대조군의 45.1%보다 18.4%포인트 높았다. 무사건 생존율은 암의 재발이나 진행, 수술을 시행하지 못하는 상황 또는 사망 등 연구에서 정의한 사건 없이 생존한 환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특히 병용치료군에서는 이러한 사건의 발생 위험이 대조군보다 4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생존율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다. 24개월 전체 생존율은 병용치료군에서 78.4%, 대조군에서 69.4%로 나타났으며, 병용치료군의 사망 위험은 대조군보다 42% 낮았다. 이는 수술 전후 새로운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전략이 암의 진행과 재발을 억제할 뿐 아니라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더발루맙과 엔포투맙 베도틴에 트레멜리무맙을 추가한 세 가지 약제 병용치료군에서도 24개월 무사건 생존율이 60.1%로 나타나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다만 이 그룹에서는 전체 생존율 개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 두 약제 병용군과 세 약제 병용군을 직접 비교하도록 설계된 연구는 아니어서 어느 조합이 더 우수한지는 판단할 수 없다. 

수술로 절제한 조직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더발루맙과 엔포투맙 베도틴 병용치료군의 완전관해율은 45.1%로, 대조군의 9.6%보다 높았다. 이는 수술 전 병용 항암치료가 종양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치료에 따른 이상반응도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원인과 관계없이 발생한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은 더발루맙과 엔포투맙 베도틴 병용치료군에서 71.1%, 세 약제 병용치료군에서 79.5%, 대조군에서 50.2%로 나타났다. 이 중 치료 관련 3등급 이상 이상반응은 두 약제 병용군에서 30.7%, 세 약제 병용군에서 44.5%였다. 피부 반응과 말초신경병증 등도 나타나 치료 과정에서 세심한 부작용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치료가 어려운 근육침윤성 방광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수술 전 항체약물접합체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고, 수술 후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는 치료 전략이 환자의 생존 결과를 개선할 수 있음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했다. 다만 환자별 전신 상태와 부작용 위험을 고려한 치료 선택이 중요하며,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추가 관찰도 필요하다. 

최윤지 교수는 “근육침윤성 방광암은 적극적인 치료에도 재발 위험이 높고, 특히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치료가 어려운 환자에서는 치료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환자에서 수술 전후 새로운 병용치료를 통해 재발 위험을 낮추고 전체 생존율까지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VOLGA 연구 결과는 지난 10월 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6)의 주요 연구 발표 세션인 Presidential Symposium에서 발표됐으며, 같은 날 세계적인 의학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동시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Durvalumab, Tremelimumab, and Enfortumab Vedotin in Muscle-Invasive Bladder Canc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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