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가 예고했던 총파업이 오늘 아침 보건복지부와 합의에 따라 철회되었다. 불미스러운 사태를 피하고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환자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일단락되어 우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의 합의문 세부내용을 보면 그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넘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이번 보건의료노조 사태의 불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불철주야 감염환자 치료에 전념해온 의료기관 및 종사자들의 살인적인 업무과중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선 의료진의 피로감과 번아웃이 한계상황임에도 이들에 대한 처우와 환경 개선에 정부는 지속적으로 무책임하고 방관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단체행동이 예고되자 정부는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이나,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과 대책 강구가 아닌 서둘러 합의해 파업을 모면하려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이번 총파업 예고의 핵심이자 쟁점은 코로나에 지친 보건의료인력과 의료기관에 대한 처우 및 환경 개선인 만큼, 합의문 내용에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과 세부 실행계획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특히 의료제도와 시스템의 문제인 만큼 의료전문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각 직역단체와 긴밀히 협의하며 진행해나가야 마땅하다.
더욱이 이번 합의문에 포함되어 있는 공공의료 강화 등 대부분의 내용은 지난 2020년 9.4 의정합의문에 따라 의정협의체에서 논의될 사안이나, 복지부는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와는 일련의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번 파업 철회를 위한 합의에 이를 끌어들여 눈앞에 닥친 파업을 어떻게든 수습해보고자 공수표를 남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언제까지 정부는 눈앞의 사태 해결에만 급급하여 실행력도 담보하지 못하는 내용으로 해당 단체와 합의문을 남발하며 모면하려는 것인가? 또한, 정작 합의문에 포함된 의사인력 증원과 관련해 직접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와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이 오직 의료노조파업을 막아보겠다는 미봉책 마련에 급급해 실행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타협을 할 수 있는가?
우리협회는 이번 복지부-보건의료노조 간 합의에서, 이전의 의정합의를 무시하고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와 소통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의사인력 증원 등의 사항을 합의문에 포함한 독선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 또한, 파업철회 합의에 있어서 금번 보건의료노조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순간적인 미봉책이 아닌 의료환경과 제도개선을 약속한 지난 의료계와의 9.4 의정합의문 이행을 재차 촉구하는 바이다.
만약, 이와 같은 우리의 분명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합의문에 명시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지역의사제도 도입 등 의사증원을 의정협의체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시도한다면 결국은 파국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단호하게 경고한다.
2021. 9. 2
대한의사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