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의 운명은 ?
제조사들은 임상재평가 착수 5년 만에 시험 3건 중 2건을 마치고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식약처의 최종 판단에 따라 제약사들은 연간 5000억원 규모 처방시장에서 퇴출-수천억원을 건보공단에 되돌려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콜린의 재평가 임상시험 결과 자료를 제출했다.
해당 제약사가 제출한 임상재평가 적응증은 퇴행성 경도인지장애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다.
지난달 말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했다. 식약처는 전문가 회의를 열어 임상 결과를 토대로 콜린제제의 경도인지장애 적응증의 급여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콜린제제는 효능 논란으로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위한 임상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식약처는 2020년 6월 콜린제제 보유 업체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제약사 57곳은 2021년 6월 재평가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콜린은 당초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3개의 적응증을 보유했다.
임상재평가 에서는 3개 적응증 중 1번인 ‘뇌혈관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을 제외한 나머지 2개는 삭제됐다.
이 재평가 임상은 종근당과 대웅바이오가 주도했다. ▷종근당은 퇴행성 경도인지장애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 임상시험을 각각 수행하고, ▷대웅바이오는 치매 환자 임상에 들어갔다.
이들 제약사는 경도인지장애 임상시험에서 1차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됐고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지기능 유지·개선 폭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워 급여유지를 요구했다.
종근당의 임상시험 1차 평가변수인 '인지기능 유지·개선 비율'에서는 목표로 설정한 통계적 유의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종근당은 이번 임상을 통해 콜린제제의 인지장애 치료 가능성이 충분히 확인됐다는 점을 참여 업체들에 강조했다.
임상시험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48주 동안 콜린제제를 복용한 후 투약 전과 비교해 인지기능이 유지·개선되는 비율을 조사했다. 퇴행성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VCI) 환자 각각 426명을 대상으로는 별도 임상이 진행됐다.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주 분석(Primary Analysis)에서는 콜린제제 투여군이 위약 투여군에 비해 인지기능 유지·개선 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나, 당초 임상시험 계획서에서 설정한 통계적 기준에는 충족치 못했다.
종근당은 1차 평가변수 미충족이라는 결과에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콜린제제의 인지장애 치료 효능과 이번 임상시험이 가진 한계점을 참여 업체들에게 알렸다.
이 임상재평가는 852명의 시험 대상자를 통합 분석하는 동시에 여러 지표를 추가로 살피는 보조 분석도 함께 하도록 했다. 종근당은 “사전에 계획된 여러 통합 분석 결과 중 임상시험 계획을 철저히 준수하고 약물을 일정 수준 이상 복용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는 인지기능 유지-개선 비율이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임상에서는 복약 기준을 준수 참여 집단(PPS)에 대한 분석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 효과가 관찰됐다. PPS 분석에서 콜린제제 투여군의 인지기능 유지·개선 비율은 67.83%로 위약군(60.07%)보다 7.76%p 높게 나타났다. 두 그룹 간의 효과 차이를 보여주는 통계적 지표인 p값(p-value)은 0.0482로 통계적 유의성 기준인 0.05 미만을 충족했다.
특히 치료 기간이 늘어날수록 위약 복용군 대비 인지기능 유지·개선 폭이 확대됐다. 24주 시점과 48주 시점의 결과를 비교했을 때 시간 경과에 따른 효과 차이가 명확했다.
MCI에 대한 PPS 분석에서 콜린제제 투여군과 위약군의 차이가 24주 시점 4.38%p에서 48주 시점 9.15%p로 확대됐다. 통합 PPS 분석에서도 시험군과 대조군 차이가 24주 3.86%p(p=0.3347)에서 48주 7.76%p(p=0.0482)로 벌어지며 시간 경과에 따라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했다.
당초 종근당의 혈관성 경도인지장애의 재평가 임상은 작년 3월 종료가 예정됐는데, 올해 6월로 결과보고서 제출기한이 연장됐다. 퇴행성 경도인지장애 재평가 임상의 경우 자료 제출기한은 2027년 3월로 설정됐는데 이번에 혈관성 경도인지장애 임상시험과 함께 결과보고서가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웅바이오의 알츠하이머 임상시험은 오는 2027년 10월이 종료 기한이다.
의약품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유비스트는 지난해 콜린제제의 외래 처방액은 5456억원으로 집계했다. 만약 식약처가 콜린제제의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경도인지장애의 적응증을 삭제하면 제약사들 입장에선 큰 손실을 보게되는데, 콜린은 경도인지장애 처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콜린제제의 적응증 삭제는 처방액 환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콜린제제를 보유한 업체들에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처방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요양급여계약을 명령했다.
명령 8개월 만에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 실패로 최종적으로 적응증이 삭제될 경우 임상시험 계획서를 승인받은 날부터 삭제일까지 처방액의 20%를 건보공단에 돌려주겠다고 했다.
이 경우 임상시험 계획 승인 이후 5년간 진행한 임상시험이 실패할 경우 5년간 처방액의 20%를 반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 경우라면 제약사들은 5000억원 이상을 광단에 되돌려줘야 한다.
복지부의 이 같은 환수 협상 명령 이후 제약사들은 일제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2개 그룹으로 나눠졌다. 법무법인 광장은 대웅바이오 등 28개사의 소송을 대리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종근당 등 28개사의 소송을 맡았다.
환수 협상 명령 행정소송에서는 2개 그룹 모두 지난 2022년 1심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다. 종근당 그룹은 지난해 5월 항소심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고 작년 10월 대법원도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제약사들이 협상을 거부하자 복지부는 2021년 6월 2차 협상을 명령했다.
이에 종근당 등 26개사와 대웅바이오 등 27개사로 나눠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2024년 3월 종근당 등이 제기한 환수협상 2차명령 취소 소송에서도 법원은 각하 판결을 내렸다.
작년 5월 항소심에서도 제약사들은 패소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대웅바이오 그룹은 27곳 중 씨엠지제약과 환인제약을 제외한 25곳이 이탈한 가운데 2022년 2월 각하 판결이 나왔고 항소심은 제기되지 않았다.
한편 보건당국이 콜린제제의 적응증 삭제를 근거로 환수금액을 청구하더라도 해당 제약사들은 또다시 소송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제약사들의 대응은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 시험이 실패로 끝날 경우 막대한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이후 5천억원의 매출 감소를 감당키 어려운 상황 대응으로 보인다.
익명을 간곡히 당부한 제약사의 소송 실무자는 "노인인구가 2024년 994만명(19.2%)이고, 2030년엔 1298만명 (25.3%)으로 예측되는데 어떤 대안(代案) 약물이 없는 상황임을 정책당국자는 인정치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라시보도 약효로 인정하는 당국자의 인식전환이 '해법'이라고 강조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