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41세 여자 뇌전증 환자가 치료의 희망을 품고 필자를 찾아왔다. 이 환자는 스위스, 태국, 미국 Mayo Clinic 등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았었지만 효과가 별로 없이 계속 악화되어 마지막 희망의 끈을 한국에 걸었다. 언니와 함께 힘들게 1,500만원을 마련하여 왔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불로 세계 경제 순위 170위인 에티오피아에서 이 금액은 직장인 10년 월급과 같다. 하지만 지난 한달 동안의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검사비와 입원비는 이를 이미 초과하였다. 원인이 되는 자가면역뇌염의 표적 치료를 위하여 서울대병원을 방문하였지만 신약 비용만 1,200-1,500만원에 달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매는 모든 꿈을 포기하였다. 환자의 언니는 “더 이상 돈을 마련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흐느끼며 말했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사회사업실 문을 두드렸으나 외국인에 대하여는 의료비 지원이 안 된다고 한다.
게다가 진료비와 입원비는 외국인이라서 5-10배를 더 받는다고 한다. 국내 대학병원들은 나라별 구별이 없이 외국인이면 모두 몇 배의 진료비를 받는다. 미국, 유럽과 에티오피아를 구별하지 않는다. 저소득국가 환자들에게 너무나 높은 장벽이다. 과연 한국 의술이 필요한 나라가 어딜까. 미국, 유럽, 일본 사람들은 한국까지 와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 정말로 한국 의술이 필요한 나라는 에티오피아와 같은 저소득, 저개발 나라들이다.
그런데, 국민소득이 수십분의 1인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인 비보험 의료비 보다 몇 배 높은 진료비를 받는다. 대학병원 국제클리닉 운영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모든 기업들이 세계로 나가고 있는데 유독 병원들만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고 있다. 대학병원들의 사회사업실도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사회 공헌에는 국가 장벽이 없어야 한다.
한국 치료가 꼭 필요하여서 오는 소위 60-70년대 한국과 같이 못사는 나라의 환자들에게는 베풀어야 한다. 한국은 60-70년대에 외국 원조를 많이 받았다. 로빈슨선교사는 한국의 뇌전증 환자들에게 항경련제를 무료로 제공하였다. 더욱이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때 자국의 젊은 군인 2,482명을 파견한 나라이다. 이 환자의 아버지도 한국전 참전 용사이다.
에티오피아는 국민소득이 한국의 35분의 1인데 진료비를 경감해주지는 못할망정 외국인이라고 몇 배 더 받고 있다. 참 인정도 없고 인술도 없다. 온 재산을 다 팔고 온 환자가 한 달 만에 돈을 다 쓰고 치료도 받지 못하고, 그냥 돌아간다면 말이 되나. 이들이 앞으로 한국을 어떻게 보겠나. 다시는 가서는 안 될 나라로 인식할 것이다.
이런 사정을 딱하게 여긴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원장은 한 달 검사비와 입원비 1,860만원 전액을 지원하였다. 에피오피아에서 준비해 온 돈으로 서울대병원에 가서 표적치료를 받게 하기 위함이었다. 서울대병원에서 표적 치료 4회 중 1박2일로 1회 치료를 받았는데 내국인이라면 비보험으로 200만원 정도 나올 진료비가 367만원이나 나왔다.
정신과 1회 외래 진료비는 30만원이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순태교수는 환자의 진료비가 적게 나오게 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번 주에 서울대병원 사회사업실로부터 좋은 소식이 오길 고대한다. 환자는 강남베드로병원을 퇴원하면서 최고의 친절, 사랑과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받아서 깊이 감사하다는 장문의 손편지를 남겼다.
홍승봉교수 성대의대 명예교수


